오늘N 유럽식정원 양평 보물정원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의 조용한 마을 한가운데, 자연을 닮은 유럽식 정원을 품은 공간 ‘그린망고’가 있다. 정원을 가꾸는 데 평생을 걸친 정성 어린 시간이 담긴 이곳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 한 가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린망고’의 시작은 김배성 씨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 집을 다시 손보며, 그는 평생 품어왔던 정원에 대한 로망을 실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는 집보다도 어떻게 정원을 조성할지가 더 큰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김배성 씨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건축박람회와 조경 관련 전시회를 빠짐없이 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모으던 중, 영국에서 정원 디자인을 공부한 전문가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연스럽게 영국식 정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양평의 사계절에 맞는 식물들을 선별해 본격적인 조성에 나섰다. 봄이면 튤립이 활짝 피고, 여름에는 풍성한 장미가 정원을 채운다. 가을엔 백 그루가 넘는 사과나무에 붉은 열매가 맺히며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이 정원은 이제 방문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정원을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배성 씨의 아내 주명자 씨는 서울에서의 삶을 선호했기에 시골살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게다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정원 조성에 대해 내심 불편한 감정도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40년간 묵묵히 일하며 쌓아온 삶을 존중했고, 그가 꿈꾸는 은퇴 후의 평화로운 삶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정원일을 함께 하며 아침마다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도 점점 자연의 리듬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부부가 함께 만든 이 정원은 단순히 자연을 배경으로 한 조경 공간을 넘어 두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담은 기록이자,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4년 전, 김배성 씨가 췌장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원에서의 삶, 그리고 자연 속에서의 여유가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결국 건강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치료 중에도 정원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에 대한 기대는 그의 회복에 큰 원동력이 되었고, 이는 곁에 있던 가족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다.
다시 정원으로 돌아온 김배성 씨는 지금도 하루하루 땀을 흘리며 땅을 일군다. 그는 단지 꽃을 가꾸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자연의 고요함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나누고자 한다. 정원 곳곳에는 그와 아내가 함께 뿌린 꽃씨들이 자라고 있으며, 이 꽃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듯하다. 양평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이렇게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정원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그린망고’를 찾는 이유가 되어 준다.
이곳은 단순히 정원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의 꿈이 뿌리내리고, 시련을 이겨낸 인내와 사랑이 꽃피운 장소다. 방문객들은 이 정원을 거닐며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한 부부가 삶을 함께 가꾼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정원의 풍경보다 더 깊은 감동으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 ‘그린망고’는 양평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특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