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강원 강릉 절 사찰 암자 용연사


강릉의 만월산 깊은 품 안에 들어선 용연사는 오랜 세월 동안 지역과 함께 숨 쉬어온 고즈넉한 사찰이다. 하지만 이곳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절의 흐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음식이며, 이곳에서는 그 사계절이 매일 밥상 위에서 살아 숨 쉰다.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이토록 생생한 자연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설암 스님은 농기계를 다루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스님이 직접 굴착기를 운전하며 땅을 고르고 밭을 만든다. 그렇게 일구어진 땅은 지금 3천 평에 이르며, 모든 공간이 제철 작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농사의 일상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와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다. 스님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삶을 대하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사찰의 농번기는 매년 반복된다. 봄이 되면 신도들과 스님이 함께 고구마 순을 심고, 차나무 씨앗을 정성껏 뿌린다. 밭에서 흘리는 땀방울은 수행의 또 다른 형태이며, 모두가 흙을 만지며 계절과 소통한다. 이는 단순한 농사체험이 아니라, 사찰이라는 공간의 가치와 철학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게 수확한 작물로 차려지는 식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설암 스님은 스스로 요리를 준비해 신도들과 나누며 수확의 기쁨을 공유한다. 밭에서 갓 따낸 식재료는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 정갈한 한 상이 되고, 그 안에 자연과 사람, 노력과 감사가 모두 담긴다. 투박하지만 깊은 맛은 누구든 마음을 열게 한다.



도심 속에서는 잊기 쉬운 땅의 기운과 계절의 흐름을 이곳에서는 다시 체험할 수 있다. 음식의 근원을 느끼고, 흙과의 교감을 통해 자연과 더 가까워진다. 이는 곧 자신과의 거리도 좁히는 일이기도 하다. 용연사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귀중한 시간이 된다.


결국, 용연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사람과 자연이 함께 호흡하는 작은 공동체다. 설암 스님의 농사는 단순히 땅을 일구는 일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일구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은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